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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제대로 알고 먹자!

 

아니 도대체가 믿을 수 없는 일이에요. 다이어트를 위해서 지방을 섭취하라니요? 그동안 우유하나 고를 때도 제일 맛없는 저지방 우유만 골라 마시고, 고기도 퍽퍽한 닭 가슴살만 골라 먹었는데! 


지난 9월, 고지방 식단으로 80일 동안 20kg를 감량했다는 충격에 가까운 방송이 나간 후 기름진 삼겹살을 먹고도 진짜 체중을 감량할 수 있는지 많은 분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그동안 먹고 싶어도 꼭꼭 참았던 버터, 삼겹살, 치즈 등을 누구 눈치 볼 필요 없이, 자책감 가질 필요 없이 맘껏 먹어도 된다는데 두 손들고 환영할 만하죠.


 

건강에 대해 크게 관심이 없는 분들도 지방은 곧 다이어트의 적이자 생활습관병(성인병)을 비롯한 심혈관계 질환의 근원이 되는 골치 아픈 영양소라고 여기는 분들이 많아요. 


그도 그럴 것이 탄수화물과 단백질은 1g에 4kcal인 반면, 지방은 1g에 9kcal다 보니 친해져서는 안 되는 영양소라는 인식이 클 수밖에 없었는데요.


지방산과 글리세롤이 결합하여 이루어진 탄소, 수소, 산소의 화합물인 지방은 세포막 구성, 체온 유지 등의 역할을 하는, 우리 몸에 없어서는 안될 3대 영양소 중 하나입니다. 결합된 지방산의 종류에 따라 우리가 알고 있는 포화지방, 불포화지방, 트랜스지방 등으로 나눌 수 있죠.


왜 High Fat이 열풍일까?


생활습관병(성인병), 비만, 콜레스테롤 등의 단어를 머릿속에 떠올려 보세요. 삼겹살이 불판 위에서 지글지글 익고 있는 모습, 육즙과 기름으로 촉촉한 잘 익은 스테이크를 써는 모습, 따뜻한 빵 위에서 사르르 녹는 버터 조각 등이 떠오르지 않으시나요? 


맛있는 줄은 알지만 왠지 온몸 구석구석 누렇게 응고된 지방이 쌓일 것만 같은 께름칙한 느낌이 들게 마련인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고지방 식단이 주목을 받고 있는 걸까요? 약 30년 전부터 미국에서는 생활습관병이나 대사증후군, 비만과의 전쟁을 선포하며 식단에서 지방을 줄이는 식습관 운동을 전개해 왔어요. 


이상적인 탄수화물/단백질/지방의 구성을 대략 50/30/20정도로 잡았는데요. 한눈에 봐도 탄수화물 대비 지방의 비율이 낮다는 것을 알 수 있죠. 유명 잡지나 방송, 관련 학자들이 저지방이 우리 몸에 좋다는 식으로 알렸고, 여기에 힘입어 채식주의자들의 입지도 더욱 굳건해졌죠. 


 

하지만 어떻게 된 영문인지 미국의 비만율은 점점 높아만졌고, 미국의 식습관 운동을 그대로 차용한,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세계의 비만율 역시 높아진 것이 사실입니다. 최근에는 미국 정부도 근 30년 동안 전개해오던 저지방 식단이 완전히 실패했음을 인정하고 있는 분위기라고 해요. 


이러한 상황에서 주목받고 있는 것이 바로 LCHF 즉, 낮은(Low) 탄수화물 (Carbohydrate) 높은 (High) 지방 (Fat)이 체중감량과 심혈관계에 좋다는 주장인데요. 특히 스웨덴의 Andreas Eenfeldt은 오랜 시간 LCHF가 비만을 잡고 심혈관계 질병에 효과적임을 밝히기 위한 연구를 해오고 있는데요. 그 핵심이 바로 혈당과 인슐린의 통제입니다.


 

탄수화물을 섭취했을 때 몸에서 분비되는 인슐린 중 잉여 인슐린이 지방으로 저장되는데요. 3대 영양소 중 유일하게 지방만이 혈당과 인슐린을 올리지 않는 영양소라고 합니다. 


또한 탄수화물을 제한하면 잉여로 저장된 에너지원이 없어 우리 몸은 자연히 지방을 태울 수밖에 없다는 논리인데요. 이렇게 되면 혈중 당 수치나 지방량도 줄어들어 다이어트와 건강 관리에도 더 낫다는 이야기죠.


LCHF 다이어트의 핵심


영양섭취 비율을 탄수화물/단백질/지방 

각 10%/20%/70%로 변경한다


우리가 먹는 흰 밀가루, 흰쌀, 흰 설탕 등의 탄수화물은 산업혁명 이후 공장에서 정제한 것들이에요. 이런 가공된 음식을 섭취하면 인슐린 수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 배부르게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돌아서면 또 먹고 싶은 생각이 들어 비만과 각종 질병에 빠지기 쉬운데요. 하지만 천연 지방을 많이 섭취하면 포만감이 오래가서 자연적으로 진짜 배고픔을 느낄 때만 먹게 된다는 거죠.


칼로리 계산은 무의미하다


그동안은 체중관리를 할 때 칼로리를 계산해가며 최대한 낮은 칼로리를 먹기 위해 애썼는데요. 하지만 칼로리는 실험실과 같은 통제된 환경에서 물 1g을 1℃ 올리는데 필요한 열량을 나타내는 것일 뿐, 실제 우리 몸에 들어오는 열량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해요. 


또한 개개인의 나이, 호르몬, 건강상태, 활동량 등이 다 다르기 때문에 권장 칼로리를 일률적으로 적용하기도 힘들구요. 단순히 1g당 4kcal인 탄수화물을 섭취하는 것이 9kcal의 지방보다 낫다고만 볼 수는 없다는 거죠.


배고픔 없이 체중감량이 가능하다


좋은 지방이라면 포만감이 들 때까지, 그리고 정해진 시간이 아니라 배가 고플 때 먹어도 되는 LCHF 다이어트는 한 마디로 뇌를 속이는 것이라고 할 수 있어요. 


활동량에 비해 너무 적은 음식물이 들어오면 우리 몸은 비상사태라고 생각해 소비를 최대한으로 줄인다고 합니다. 이렇게 되면 괜히 배만 고프고 몸은 지방 연소를 하지 않는 것이죠. 


하지만 마음껏 ‘좋은 지방’을 먹으면 잘 먹는 일반 상태라 인식해 기초대사량을 그대로 유지하되, 포도당으로 전환시킬 탄수화물이 없으므로 지방을 쓰게 된다는 논리입니다. 


하지만 이것 또한 오래 지속될 수는 없으므로 좋은 탄수화물을 지방과 단백질보다 적은 비율로 먹는 것이 핵심일 거예요. 


정말 혈관이나 심장에도 괜찮은 걸까?


지방을 먹어 살을 뺀다는 논리, 어떠신가요? 설득력이 있는 것 같으면서도 ‘이 또한 몇십 년 후에 다른 부작용을 낳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요. 이를테면 마른 비만, 내장 지방이나 콜레스테롤 관련 문제 말이죠. 


오랜 연구에 따르면 심장병이나 혈관 계통 질병을 유발하는 원인이 지방이 아닌 가공식품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예를 들어 햄&달걀 샌드위치에 지방과 콜레스테롤 함량이 많아 몸에 좋지 않은 음식으로 인식하고 있지만 사실 달걀과 햄이 문제가 아니라 가공된 빵과 소스에 들어간 질산염, 나트륨 등이 문제라는 것이죠. 


대사증후군을 앓던 사람들이 천연 고지방 식단을 통해 좋은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지고, 인슐린 수치가 떨어지는 경험을 한 사례가 이미 많다고 해요.


좋은 지방 vs 나쁜 지방


지방을 마음껏 먹어도 된다는 사실에 무작정 기뻐하기에는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어요. 마음껏 섭취해도 좋은 그 지방의 전제조건은 바로 ‘좋은 지방’이기 때문이에요. 한 마디로 슈퍼에서 영양성분표를 딱 보고 “지방 함량이 높군! 좋아!” 해서는 안 된다는 거예요.


지방에도 종류가 워낙 많아 포화지방, 불포화지방, 오메가3 지방산, 단일불포화지방, 트랜스지방 등 공부해야 할 것들이 너무도 많지만 쉽게 ‘가공을 거치지 않은 지방’을 먹는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요즘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코코넛 오일을 예로 들어보면요. 중사슬 지방산으로 구조가 단순해 지방으로 축적되지 않고 빠르게 연소되는 좋은 지방입니다. 


연소가 빨리 되니 에너지를 만들고, 에너지 소비를 촉진시켜 신진대사를 높이니까 체지방이 쌓이는 것을 막아주고요. 심장병, 당뇨병, 면역력 등을 강화해주는 슈퍼푸드라고 할 수 있죠. 단, 여기서 중요한 것이 바로 화학 물질이 첨가되지 않은 ‘버진 코코넛 오일’이라는 데 있습니다.


 

올리브유가 몸에 좋은 것은 다 알고 있지만 다른 기름과 섞인 저렴한 올리브오일은 해당이 안 된답니다. 오메가 3가 풍부한 참치 역시도 참치 기름이 아닌 식물성 기름에 범벅된 통조림은 ‘좋은 지방’의 자격이 없다고 하네요.


초콜릿, 도넛, 탄산음료, 감자튀김, 마가린 같은 고지방 음식은 멀리해야 한다는 것은 역시 변함없는 진리라는 점 잊지 마세요.



또한 다이어트가 목적이라면 지방함량을 무조건적으로 높여서도 안되겠죠. 체중 1kg당 1~1.5g 정도로 제한하는 것이 좋아요. 그렇게 지방의 비율을 정해 섭취하고 나머지는 단백질과 좋은 탄수화물로 채울 수 있도록 식단을 구성하는 것이 좋습니다.


고지방 식단에 몸이 적응하기까지는 일 년여의 시간이 필요한데, 그동안 변비, 구취, 신체 능력 저하나 메스꺼움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물을 많이 마시고, 뿌리채소보다는 잎채소 위주로 섬유소를 섭취하는 것이 좋아요. 또 한 번에 지방량을 늘리기보다는 10%씩 점차 늘려가는 방법을 추천합니다.


그동안의 사회적 통념을 뒤집을만한 저탄수화물 고지방에 대해 알아보고 나니 당장 주방 찬장, 책상 서랍부터 정리해봐야 할 것 같아요. 마가린에 범벅된 빵은 없는지, 백해무익의 설탕 덩어리인 탄산음료는 없는지, 냉동 감자튀김은 없는지 말이에요.   


역시 결론은 정제된 화학 음식을 줄이는 데 있는 것 같아요. 자연적으로 섭취할 수 있는 식품들이라면 지방, 탄수화물, 단백질로 나누어 비율을 따질 필요도 없겠죠?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