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안. 가방 안을 뒤적여 노란색 스펀지밥 케이스를 찾아 휴대폰을 켜봅니다. 심심할 땐 역시 페이스북만 한 게 없죠. 하나둘 ‘좋아요’를 누르다 보니 어느새 웰시코기 엉덩이로 가득 찬 페이스북 타임라인은 언제 보아도 흐뭇한 엄마 미소를 짓게 합니다.


친구에게 메시지가 오네요. 심심해서 보낸 의미 없는 메시지에 그냥 안 읽은 척할까 하다가 귀여운 이모티콘을 하나 골라 사회생활을 하고요. 정말 이런 이모티콘은 누가 만드는 건지~ 친구가 어제 보낸 그 이모티콘이 꼭 갖고 싶은데… 게임 레벨업을 좀 빨리해 봐야 할 것 같아요.


 

귀여운 것들을 좋아하세요? 


예전에는 분홍분홍, 노랑노랑하고 아기자기한 캐릭터가 그려진 캐릭터 제품이나 인형을 좋아한다고 하면 아직 덜 컸다는 둥, 유치하다는 둥 면박 주는 분위기였는데 말이에요. 요즘은 뽀통령에 빠진 어린이들 못지않게 ‘귀여운 것’에 빠진 어른들이 대세가 되었어요. 


<Kidult란?>


Kid+Adult의 합성어로 1985년 뉴욕타임스에 실린 기사에서 처음 사용되기 시작했는데요. 과거에는 단순히 어린 아이의 문화를 즐기고 소비하는 성인을 지칭하는 용어였다면, 요즘은 자신의 삶을 능동적으로 즐기고 적극적인 취미생활을 하며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나가는, 구매력 있는 문화집단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지난 연말 시즌에 한 해 동안 수고한 자신을 위해 장난감을 선물하는 키덜트족으로 장난감 가게의 매출이 쑥 상승했다는 기사를 통해 알 수 있듯, 자신을 위한 보상에 인색하지 않은 그들은 마케팅 시장에서 곧 '파워 컨슈머'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은 사실 인간이라면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하는데요. 어미의 보호 없이 생존할 수 없는 포유류는 양육을 받기 위한 일종의 유도장치를 가지고 태어난다고 해요


이를 '베이비 스키마'라고 하는데요. 그래서 둥근 머리와 큰 눈, 작은 코, 통통한 볼, 둥근 몸매 등 이러한 신체 조건을 가진 대상을 보면 귀엽고, 보호해 주고 싶고, 또 친근감이 드는 것이고요.

 

안 돼, 이건 아빠 장난감이야~” 라고 아이를 타이르는 아빠의 모습은 이제 낯설지가 않아요. 


어릴 적 생일 선물로 받아봤을 만한 RC 비행기는 이제 드론이라는 이름으로 새 산업을 열고 있고요. 한 캐릭터에 빠져 관련 아이템을 수집한다는 어떤 이는 그 캐릭터의 본고장인 일본에 수시로 들러 귀한 한정판을 ‘득템’ 했다며 뿌듯해 하기도 합니다. 


정교한 프라모델을 조립하고 수집하는 데에 온 정성을 쏟아 붓던 어떤 이는 아예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되어 많은 수입을 얻기도 하고요.


<지갑을 열게 하는 콘텐츠 파워>


 

평소 빅맥 하나로는 부족한 남다른 식성을 자랑하지만, 오직 해피밀 세트에만 포함되어있는 장난감을 얻기 위해 아침 일찍 줄 서 보신 적 없으신가요? SNS에 새 해피밀 장난감에 대한 정보가 업데이트되자마자 곧 품절 대란을 예고하는 엄청난 관심이 쏠리기도 합니다. 


인형을 끼워 판매함으로써 매출이 15%, 30% 이상 늘었다는 기사들을 보면 왜 기업에서 캐릭터 활용 마케팅에 그토록 주력하는지 알 수 있어요. 특히나 이런 마케팅은 보통 한정판으로 진행되어서 캐릭터 상품을 더 갖고 싶게끔 하는 ‘무시무시한’ 전략이 아닐 수 없죠.


스타워즈가 개봉된 12월에는 전 세계적으로 그 열기가 엄청났었죠. 쇼핑/외식/패션 등 유통업계 전반에서 스타워즈 효과에 힘입은 다양한 메뉴와 상품들이 판매되었어요. 또 성탄절 특수 때는 전 연령대의 스테디셀러 장난감인 레고 시리즈의 인기가 대단했다고 합니다. 


이렇게 게임이나 애니메이션, 영화 등에서 개발된 콘텐츠를 유통 산업에 응용하는 콘텐츠 콜라보레이션은 콘텐츠 개발사와 유통업계가 상생효과를 낼 수 있어 앞으로 그 시장의 규모가 더 커질 전망이라고 하네요. 


<마음을 녹이는 캐릭터 마케팅>


 

귀여운 캐릭터들의 활보는 사실 어제오늘만의 일은 아니죠. 갤럭시 CF 속 젊은 청춘들의 모습은 쿨하고 열정적이기 그지없는데 귀여운 스티키몬스터와 콜라보레이션이라? 


그런데 이게 또 은근 매력이 느껴집니다. 뭔가 모르게 자신의 삶을 즐기고 몰두하는 뜨거운 청춘의 열기가 느껴지는 것 같으니 말이에요. 참 아이러니하지만 뜨거운 반응을 일으킨 스티키몬스터x소주 패키지의 콜라보레이션은 나이와 성별을 초월한 ‘귀여운 것’에 대한 열광을 잘 보여줬죠.


익살맞은 표정과 행동이 보여주는 생동감 넘치는 카카오 캐릭터. 딱 내 취향을 저격한 듯 그리고 딱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을 그대로 말해주는 듯해서 글자 없이 이모티콘만으로 대화할 수 있을 정도예요. 


카카오프렌즈 케이크는 받는 사람이 왠지 활짝 웃을 것만 같아 좋아하는 사람의 생일에 선물하기에도 그만이죠. 치약, 슬리퍼, 쿠션 등 다양한 아이템으로 개발된 캐릭터는 일상의 재미를 더해줍니다.


<귀여움과 시크함을 한 번에! 키덜트 패션>


 

콧대 높은 런웨이에서도 키덜트 문화를 응용한 패션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Kitsch한 이미지를 영리하게 활용하는 모스키노는 자칫 우스꽝스럽거나 조잡해 보일 수 있는 스타일을 섹시하고 트렌디한 모스키노만의 색깔로 탄생시켜 새 유행을 선도하곤 하는데요. 


이 글래머러스하고 한껏 진지한 모델에 테디베어가 웬 말인가 싶지만 ‘This is not a Toy’라는 문구 그대로 포근하고 여성스러운 느낌이 묻어나는 향수, ‘세상에서 가장 귀여운 향수’를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카리스마 있는 스타일로 유명한 돌체앤가바나를 통해 이번엔 동심을 입어볼 수 있게 되었어요. 마치 어린이가 손으로 그린 낙서를 옮겨온 듯 귀엽고 화려한 스타일이 그것인데요. 


동화 속에 사는 행복한 엄마와 딸을 보는 듯, 모녀가 함께 귀여워질 수 있는 이 스타일링은 키덜트 패션의 정점을 보여주는 듯합니다.


<어른들의 놀이터 키덜트 숍>



본격적으로 키덜트 문화에 빠져볼 수 있는 숍도 인기인데요. 아마도 그의 생일에 꼭 방문해 봐야 할 것 같은 그런 곳입니다. 


'#남자는 영원한 소년이다'라는 액자가 걸린 신세계백화점 키덜트 뮤지엄 볼케이노는 작정하고 어릴 적 동심으로 돌아가 보겠다는 남자들의 선포 아닌 선포가 느껴지는 곳이에요. 


사람만한 아이언맨이 떡 하니 서 있는가 하면 백만 원을 호가하는 RC 장난감이나 핫한 신상 스쿠터와 드론들이 가득해서 순수한 열정으로 장난감을 탐닉하는 남자 어른들의 ‘천진난만한’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이라 할 수 있어요.


귀여운 캐릭터 인형들 사이에 앉아 캐릭터 스푼으로 밥을 먹고 캐릭터 모양으로 만들어진 간식도 먹고요. 또 함께 사진도 찍고 낙서도 하면서 창작의 욕구를 불태워 볼 수도 있는 아늑한 카페도 있습니다. 


웹툰 마조앤시티를 직접 느껴볼 수 있는 이 카페는 마치 키즈카페인 듯, 키덜트족들이 마음껏 ‘귀여움을 즐길’ 수 있도록 꾸며진 곳 중 하나에요.




‘어른이면 어른답게 굴어야지’라는 말의 정의가 어떤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이제는 키덜트족들을 예전처럼 철딱서니 없는, 덩치만 자란 어른 취급을 하는 건 No~ No~


사회가 정한 대로 어른이라는 것이 되었지만 재미있는 장난감도, 귀여운 인형도 좀 같이 즐긴다고 먹은 나이가 도로 돌아가지는 않으니까요. 물론 그럴 수 있다면 더 좋겠지만요. X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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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레스틸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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